[상식] 김성근 감독 인터뷰
김성근 감독 인터뷰 발췌
출처 :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3/12/16/PYGBW67PSJBKHFXL7B5SQVZC34/
별명이 ‘야신’인데 감독과 코치를 합쳐 13번 잘렸다고 들었습니다.
- “(눈이 휘둥그레지며) 13번이나? 하도 많아 셀 수가 없어요. 그런데 잘렸다는 건 바깥에서 하는 이야기지, 실제로 내가 잘렸는지 내 발로 나갔는지는 모를 거요. (반반인지 묻자) 내 선택이 더 많았어요.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전념했기 때문에 그렇게 끝나는 게 두렵지 않았고요. 내가 노상 하는 말이 있어요.”
그게 무엇인가요?
- “나만의 인장(印章),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딜 가도 산다. 세상이 다 외면해도 누군가는 그 사람을 보고 있다는 뜻이에요. 나는 프런트하고 자주 싸우는 말썽꾸러기였어요. 그런 감독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김성근을 데려가면 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인장을 가지고 있으면 찾아오고 결국 데려가는 거요.”
’벌떼 야구’부터 떠오릅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김성근의 인장은 어떤 것이었나요.
- “나는 사람들한테 이해가 잘 안 되는 야구를 했어요. 특출난 투수가 없으니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틀어막는 ‘벌떼 야구’도 그중 하나였지요. 돈을 10원 가진 팀이 1000원 가진 팀과 싸우는데 평범하게 하면 절대 이길 수 없어요. 어마어마한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이길지 고민하고 비상식적 승부수를 던지는 것, 그게 김성근 야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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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일본 교토 출생인데 고교 시절에는 어떤 선수였습니까.
- “소질이 없었어요. 공이 거의 가지 않는 우익수에 9번 타자를 맡았습니다. 투수 권유를 받고는 강에 가서 하루에 200개씩 돌멩이를 던졌어요. 가난했지만 ‘가졌냐, 못 가졌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되게 한다’는 방향만 생각했지요.”
야구 잡지 속 선수들의 연속 사진을 보면서 투구를 흉내냈다면서요?
- “아르바이트로 노가다를 했는데, 지붕으로 흙을 던질 때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연구했어요. 버스를 타면 빈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중심 잡는 연습을 했지요. 우유 배달을 할 땐 시간을 매일 단축하는 게 즐거움이었고요.”
그야말로 악조건이었네요.
- “부모를 원망한 적은 없어요. 누구한테 기대지도 않았고. 그건 악조건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게 만든 좋은 바탕이었다고 생각해요. 절박하니까 배운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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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요즘은 교과서와 참고서가 없는 세상’이라고 썼는데.
- “각자 답을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참 대단하고, 한편으로는 포기가 너무 쉬운 것 아닌가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어디서 그런 걸 느끼나요.
- “답은 자기한테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잖아요. 다음으로 미루거나 남의 아이디어에 기대려고 하죠. 뭐가 막혔다면 당장 이렇게 뚫을까 저렇게 뚫을까 고민하고 시도해야 해요. 야구나 인생이나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이 아닌, ‘왜 졌나, 왜 안 풀렸나’를 연구하면 해결책이 보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탓 아닐까요.
- “(고개를 흔들며) 부닥치질 않아서 그래요. 일단 부닥쳐야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인생은 파울볼을 치며 다음 기회를 보는 타자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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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한계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관짝에서 죽기만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 앞서 가야지 왜 ‘난 이만하면 됐어’ 하면서 뒤처지나요? (스스로 한계를 여러 번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뛰어넘고 말고 그런 문제가 아뇨. 개발하지 않으면 앞으로 못 나간다는 뜻입니다. 만족하는 순간 끝장이에요.”
김성근은 가늘고 길게 살려고 하지 않았다. “굵고 짧게 사는 게 오히려 길게 사는 법인데 다들 그 사실을 모른다”고 책에 썼다. 무슨 뜻인지 묻자 그는 “가늘고 길게라는 건 그냥 살겠다는 사람이지 싸우겠다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세상에는 매번 전력투구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러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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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보며 느낀 게 있다면.
- “5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하며 무수히 많은 선수를 만났어요. 내가 느낀 거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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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강연 요청이 많나요?
- “전보다 뜸하지만 불러주면 나갑니다. 국가기관이나 대기업, 정치권에서 강의를 요청하는 걸 보면 야구 감독에게도 배울 게 있는 모양이에요. 진정한 리더는 존경을 바라지 않아요.”
그럼 무엇을 바랍니까.
- “즐거운 야구니 깨끗한 야구니 하는 건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리더는 모든 식구들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내 밑에 선수가 100명 있으면 식솔까지 500명, 그들의 밥줄이 내 손에 맡겨져 있는 셈입니다. 철은 뜨거울 때 때려야 해요. 리더라면 ‘아프냐?’ ‘괜찮냐?’ 묻지 말고 그저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존경 대신 신뢰를 받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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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을 향한 당부는 뭘까. “처음부터 즐겁다는 생각을 가져야지, 고되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하면 시작도 못 해요.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의식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뀝니다. 그저 편하고자 한다면 죽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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