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필즈상 허준이 교수 인터뷰
필즈상 허준이 교수 인터뷰
필즈상
국제수학연맹이 1936년부터 4년마다 가장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은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수여한다.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어 ‘수학계 노벨상’이라 부른다. 허준이 교수는 1968년 제기된 ‘리드 추측’을 비롯해 난제 11건을 풀었다.
한국학생과 미국 학생의 차이
허 교수는 “마음과 흥미가 가는 대로 거침없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실수 안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탠퍼드와 프린스턴에서 강의해 보니 한국 학생들이 더 잘 준비돼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면서요?
“좁은 범위의 문제를 완벽하게 실수 없이 푸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느라 그 너머의 것들, 깊고 넓게 공부하는 종류의 준비는 덜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지 않으면 굉장히 어린 나이에도 굉장히 멀리까지 갈 수 있어요.”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수상 소감이 큰 울림을 줬습니다. 수학을 즐기고 싶은 ‘허준이 키즈’가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입시 때문에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면 안 될 텐데요.
“소중한 학창 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평가받는 데 사용한다는 게 문제예요. 저는 교육에 대해 비전문가지만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주눅들지 말고 실수 없이 빨리 푸는 것보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폭넓은 공부를 하길 바랍니다. 교육 당국은 그런 학생들의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요.”
상을 받은 후 불안과 걱정을 떨치는 법
(12번째를 빨리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는지 묻자) 있지요! 상을 받으면 안 좋은 게 ‘이번 논문을 사람들이 시시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걱정이 생겨요. 수학 연구에 정확히 방해되는 심리죠.”
-그 불안을 어떻게 떨쳐내나요?
“답은 없어요. 아이들과 놀거나 하면 기분이 전환됩니다. 아이들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나를 대하고 전혀 다른 기대를 하고 있으니까요. 말하자면 리셋이 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합니다.”
다른참고: “리처드 파인만: 나는 지쳤고 더 이상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1985년) | GeekNews”
멀티태스킹이 어려운 이유
-음식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서 손님 없는 식당에 가고, 물건 구매할 때도 가격 비교 따위는 안 하셨다면서요. 요즘도 시간을 아끼며 사나요?
“아내가 들으면 웃음이 빵 터지겠네요. 그 시절에는 수학에 몰입하면 생각을 멈추지 않는 습성이 있었어요. 문제에서 빠져나오면 다시 들어가기 어려우니까요. 아까 말했듯이 지식은 휘발성이 강해요. 10까지 가야 하는데 5에서 멈추면 돌아갈 때 5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올라가야 해요. 등산할 때 어느 높이까지는 도착해야 쉬기 적당한 장소가 있듯이, 수학에도 그런 지점들이 있습니다. 뭉텅이 시간과 뭉텅이 주의력을 요구해요.”
-등산에서 가장 난코스는 집에서 산 밑까지 가는 것이라고 하지요.
“맞아요. 수학도 예열이 필요하고 시작하기가 힘들어요.”
쉼이 필요하다.
-일상에 빈칸이 필요하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그 전에 하지 못한 생각, 닿지 못한 단계에 이르려면 그런 여백이 중요해요. 스마트 기기를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빈칸이 그걸로 채워지는데, 단기적으로는 자극과 지식을 주는 것 같지만 그만큼 우리의 포텐셜을 깎아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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